관악산

오 주 삼

하늘을 향하여
천만년 솟아오르다
한 마리 학이거나
한 마리 나비처럼
솟은 듯 앉은 듯이
무릎 꿇은 그대의 평온함이여!

수많은 고목은
푸른 잎 예쁜 꽃 피고 지어
산새의 보금자리를 만들더니
덧없는 인생인양 천수를 다하고서
잎도 꽃도 없는 그루터기 장대 되어
하늘을 가로지르면

지나가는 바람에
무리지은 구름도
연민의 정을 한 올 한 올 묶어서
깎아지른 벼랑 위에 매달아 두고
그리움을 한 꺼풀씩 날려 보내려는데
철없는 까치는 아픈 상처를 쪼기만 하네

마음의 넓이조차 모르는
비탈진 계곡의 물줄기는
앳된 사람의 볼기짝이나 입술처럼
탱탱하게 불어난 얼음 자락을 드러내며
숨겨둔 이야기를 방울방울 흘러내리더니

예상하지 아니한
싱그러운 냄새에 혼절하여
벌거숭이로 바람에 누워보기도 하고
말없이 묵상하는 바위 품에 안겨보고 있는 것이다.